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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드디어 그 긴 경매공부를 마치고 나의 생애 첫 경매 입찰을 경험한 날입니다. 떨리기보단 살짝 두렵기도 하고, 오늘 아침에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 법원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엔 왠지 낙찰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실낱같은 설레임도 함께였습니다. 

    경매
    경매

     

    입찰 하루 전날

    며칠 전 임장도 다녀오고 나름 그곳에 좋은 느낌이 들어 나의 첫 입찰 물건에 살짝 애정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우선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 다시 한번 경매지를 꼼꼼히 확인하고, 정말 언제 썼는지 기억도 안나는 인감도장도 챙기고, 어제 만든 자기앞수표 보증금도 잘 챙겨두었습니다.

     

    태어나서 자기앞수표를 만들어 보는 첫 경험도 했습니다. '내가 살면서 자기앞수표 발행할 일도 생기는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괜히 머쓱하기도 했습니다. 은행창구 직원이 수표의 용도를 묻더군요. "어디에 쓰실 건가요?"라는 물음에 잠시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당황했습니다.

     

    3초쯤 뜸을 들이다가 경매 입찰 보증금이라고 하니 대뜸 그러냐고 하면서 열심히 수표를 만드셨습니다. 5분쯤 지나자 은행직원분이 수표를 건네주었습니다. '이렇게 큰돈이 달랑 이 종이 한 장이라고?' 대뜸 나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입찰장소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1시간이 조금 넘습니다. 어제저녁엔 분명 45분이었는데 아마 출근시간이라 더 지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첫 입찰이니 오늘은 일찍 가서 법원 분위기도 살피고 매각물건명세서도 한 번 확인하려고 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출발도 좀 늦었고 차도 더 많이 막혀서 10시 15분쯤에야 법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차였습니다. 세상에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차가 빽빽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면주차한 차도 여러 대였습니다. 결국 나도 가까스로 이면주차를 하고 10시 40분쯤에야 법정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역시 차가 많았던 이유는 사람이 엄청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리는 당연히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빽빽이 모여있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경매법정

    입찰시간은 오전 10시부터 11시 10분까지였고, 아직 입찰서를 쓸 시간은 충분했지만 왠지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원에 들어온 일 자체가 태어나 처음이었기에 약간 낯설었습니다. 일단 경매법정 맨 앞쪽에서 입찰서와 입찰봉투, 그리고 보증금을 넣는 봉투를 한 장씩 집어 들고 가림막이 있는 스탠드형 책상으로 갔습니다.

     

    차분하게 내가 입찰할 물건 경매지를 보았습니다. 미리 챙겨 간 도장과 팬을 꺼내 책상 위에 올리고, 보증금 봉투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은 후, 어제 찾은 자기앞수표 한 장을 봉투 안에 넣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입찰서와 입찰봉투를 작성했습니다. 혹여 실수를 할까 봐 아주 천천히 꼼꼼히 한 자 한 자 확인하며 쓰고, 입찰금액을 쓸 때는 몇 번이고 확인을 하고 썼습니다.

     

    경매 입찰표와 매수신청보증금 봉투경매 입찰봉투와 매수신청보증금봉투
    입찰에 필요한 서류와 서류봉투

     

    모든 것을 다 쓰고 나서 인증샷을 찍고 입찰봉투 안에 입찰서와 보증금 봉투를 넣은 다음, 다시 경매 법정 앞쪽으로 가서 스테이플러로 입찰봉투를 동봉한 뒤, 바로 집행관에게 제출했습니다. 그제야 휴우하고 한숨이 나오고 정신이 좀 들었습니다. 아마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을 한 모양입니다. 어차피 첫 입찰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법원 구경이나 하고 오자는 마음이었는데도 막상 제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오늘따라 그런 건지 요즘 원래 그런 건지 경매법정은 정말 인산인해였습니다. 어디 앉을 곳도 없어 오랫동안 서 있었더니 피로가 몰려오고, 많은 사람이 모여든 까닭에 공기도 탁하고 더워 숨쉬기가 불편했습니다. 11시쯤 입찰서를 집행관에게 제출하고 12시 30분 즈음까지 덥고 답답한 공간에 서 있으니 멀미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개찰을 시작하면서 집행관이 오늘 입찰하는 물건들을 불러주고, 각각의 물건에 몇 명이 입찰했는지도 말해주었는데, 내 물건에는 무려 19명이 입찰을 했다니 힘이 쭈욱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건은 한 번 유찰이 되어 30% 떨어진 금액이었고, 나는 77% 정도에 입찰을 했으니 그 정도 입찰대금으로는 19명을 이기기는 당연히 어려울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몸도 피곤하고 많은 인파에 지쳐 그냥 집으로 오고 싶었지만, 보증금을 다시 찾아와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이면주차 해놓은 내 차를 빼달라는 전화가 와서 차를 빼주고 들어오니 그나마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들어와서인지 조금은 기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개찰 그리고 패찰

    지루한 시간은 계속됐고, 사람들은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법정에 자리가 나서 얼른 가 앉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너무 길었습니다. 드디어 내 물건의 개찰이 시작되었고, 역시 내 예상이 적중을 했습니다. 3억짜리 물건이 70% 유찰된 2억 천만 원에 입찰을 시작했는데, 19명의 입찰자가 모였고, 나는 패찰 했습니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기분이 아주 불편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나와 비 오는 출근길을 뚫고 먼 길을 운전해 가서 주차하느라 고생하고 거의 2시간 40분가량을 기다려 보증금을 다시 되돌려 받고 나오는 기분이란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저 빨리 집에 가서 따뜻한 물 한잔 마시고 좀 누워있어야겠다는 생각만 굴뚝같았습니다.

     

    패찰을 했으니 입찰봉투를 다시 받아 보증금이 잘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빠르게 주차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부천지원은 3시간까지만 주차할 수 있다고 하는데 3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주차요금은 무료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3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집에 오니 살 것 같았습니다. 일단 손을 깨끗하게 씻고 따뜻한 물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어찌나 물이 맛있던지 한 컵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습니다. 차 안에서부터 허기를 느꼈는지라 우선 집에 있는 이것저것 먹으며 오늘 법정에서의 오전을 되뇌어보게 되었습니다.

     

    한숨 돌린 뒤, 오늘 입찰했던 물건들 중에 입찰자가 한 명으로 단독낙찰된 물건들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그 가격에 왜 입찰을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내 물건의 경우도 2억 6100만 원을 쓰고 낙찰이 되었는데, 난 도무지 그 입찰가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패찰 후 물건 재분석

    물건의 지금 매매 시세는 2억 9천 정도였고 그 물건은 30년 가까이 지난 오래된 물건이라 수리비와 인테리어비를 최소한 2000~3000만 원 정도는 예상해야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거기에 세금과 법무비 그리고 기타 잡비를 하면 도저히 수익이 될 수 없는 구조였는데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의 생애 첫 입찰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나의 처음의 의도대로 법원 분위기를 파악하고, 입찰서를 써 보고, 입찰을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입찰을 하였지만, 역시 패찰을 하니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오늘은 그래도 나의 목적은 다 이루었으니 다음 입찰부터는 정말 낙찰을 받겠다는 마음으로 물건분석을 제대로 해서 낙찰이 될 만한 가격을 입찰가로 적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는 금쪽같은 우리나라 속담대로 차분한 마음으로 꾸준하게 입찰할 것입니다. 항상 물건을 검색하고 계속적인 입찰과 낙찰을 위해 늘 낚싯대를 던질 것입니다. 2024년 10월 22일 오늘 하루는 나에게 너무나 의미 있고 색다른 하루였습니다. 나의 목표를 이루는 그날까지 파이팅 할 것입니다.